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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이혼자들이 내세우는 이혼의 가장 주된 이유 가운데 ‘성격차이’가 45.3%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경제적 이유(16.4%),가족간의 불화(13.0%),배우자의 부정(7.3%),정신?^육체적 학대(4.3%),건강 문제(0.6%),기타(13.1%) 때문에 이혼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은 이혼자들 대다수가 내세운 ‘성격차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법원행정처의 ‘2003년판 사법연감’에 따르면 이혼소송 청구 사유의 절반 가량이 배우자의 불륜 때문으로 나타났는데,국민이 직접 정부기관에 신고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통계청 자료에는 7.3%만이 배우자의 부정을 이혼 사유로 제시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이혼 사유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용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혼선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가정 문제 전문가들은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들은 성격 문제,배우자 폭행 문제,재정 문제,성 문제,자녀 문제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유를 갖고 있지만 근본적 이유는 ‘우리’보다는 ‘나’를 생각하는 개인주의적 성향과 준비 없는 결혼,부부간 의사소통 개선의 노력과 갈등 대처 노력의 부족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가정치유상담연구원 최귀석 원장은 “갈등하던 부부들이 수용과 이해의 태도를 갖게 되면 이혼 갈등의 심리적 문제가 해소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며 “부부 갈등의 문제는 서로 맞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지내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태에서 위기를 만나 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간의 신뢰가 형성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극복될 수 있지만 그렇치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것이다.
또 ‘무료 이혼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천안대 오제은(상담학) 교수 역시 상담자들이 상처가 누적돼 곪을 대로 곪아서 상담실을 찾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혼 위기에 있는 부부를 도울 수 있는 위기 개입 전문 상담가가 절실하다”며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상담을 통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부부간 ‘성격차이’가 이혼 사유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결혼생활을 통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부분이 해결된다면 이혼율 역시 낮출 수 있다. 또한 상담은 이혼 전 상담이 아니라 결혼 이전과 결혼생활 내내 받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임상경험을 통해 볼 때 부부 상담 및 부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들의 관계 회복은 눈에 띌 정도라고 말한다.
한국가정치유상담연구원의 경우 매월 10∼15건의 이혼전 상담을 하고 있으며 그 중 매월 3∼5쌍의 부부가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회복된 부부들은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었더라면 이런 아픔을 경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한다고 전했다.
최씨의 아내 김수아(가명?^42)씨 역시 남편과 엇갈리는 생각과 통하지 않는 대화로 늘 안타까웠다고 했다. 특히 가정은 외면하고 직장 중심으로 사는,여유 없고 숨막히는 남편의 태도에 극도로 지쳐있었다. 남편의 외도로 실낱 같은 신뢰마저 끊어져버렸다.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남편 최씨는 외도 원인이 아내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원치 않게 물려받은 나쁜 유산(내면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다. 아내 김씨 역시 남편의 성장 과정을 알고 나서 남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의 첫 마디는 “이렇게 우리 갈등이 해결될 줄 몰랐습니다”였다. 이후 이들은 지속적인 상담과 훈련으로 행복의 이정표를 되찾았다.
이혼 원인의 심리적 요인들은 상담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엔 이미 가정 회복을 위한 많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크리스천치유상담원의 경우 1년에 한 차례씩 부부사랑 세미나를 열고 부부가 막힌 담을 헐며 참회의 기쁨과 치유를 맛보게 한다. 지구촌가정훈련원은 1년 내내 소그룹 부부 성경공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가정치유상담연구원은 인천지방법원 정문 앞에 ‘SOS한국가족상담소’를 개원,이혼을 청구한 부부들이 심층 상담을 받아 갈등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관련 도표 참조>
‘준비 없는 결혼이 준비 없는 이혼을 불러온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가정생활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알고 준비하는 생애교육을 교회,비정부기구(NGO),정부 등이 연대해 펼쳐야 한다. 미국은 가족치료가 시민치료 운동으로 승화돼 가정 회복에 기여했으며,오클라호마주 버지니아주 등은 ‘이혼 전에 판사가 지정해주는 기관에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로 인해 10쌍 중 7쌍의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침신대 유재성(상담학) 교수는 “일정 지역의 교회 목회자와 학교,상담 전문가,NGO,그리고 관심 있는 개인과 가정들이 건강한 가정 구축을 위한 ‘시민연대’를 구성해 이혼 위기를 비롯한 각종 가정 문제 해결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결혼 예비교육의 법제화뿐만 아니라 이혼 때에도 이혼 상담이나 이혼 교육을 받도록 법제화하는 노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족의 가치’를 심어주는 건강한 가족문화를 보급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이혼은 인생의 끝이 아니다.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이혼가정에 심리적인 힘을 주고 새출발할 수 있는 건강한 자아상을 심어주는 프로그램 또한 필요하다.
이지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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