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손을 잡아주세요 (2) 거리의 아이들] 지나친 통제가 탈선 내몬다
가족이란 영어 단어를 다음과 같이 풀이해보면 매우 재미있다. ‘Family’ ‘파더(F) 앤드(a) 마더(m) 아이(i) 러브(l) 유(y)’-곧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랑하는 곳’이 가족인 셈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생소하고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 청소년들이 우리 주변엔 많다. 아버지는 좀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어머니는 자녀들을 통제하는 데 에너지를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치유상담연구원 우리 이미란 원장은 “통제란 ‘하라, 하지 말라’의 연속인데 ‘공부하라, 놀지 말라’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가치체계 속에서 청소년들은 극심한 학업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 그러다가 자신과 부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을 때 비상구를 찾게 되는데 이것이 가출로 이어진다고 이 원장은 분석했다.
한국가정치유상담연구원 최귀석 원장은 과거 가출 청소년들은 대부분 충동적으로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다가 곧 집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였으나 요즘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마음만 먹으면 나름대로 터를 잡고 장기간 가출생활이 가능해짐으로써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아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청소년기의 증상은 일상생활의 일탈심리로 발전한다”고 밝혔다. 가족관계, 특히 부모의 애정, 관계성이나 갈등에 의한 도피 행위로 선택되는 것이 가출이기도 하다. 교육과 심리분야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청소년 가출의 원인은 다양하다.
일차적인 이유로 부모와의 갈등을 들 수 있다. 갈등은 대부분 부모의 통제와 간섭에서 발생된다. 그래서 가출 후 경제적 심리적 아픔이 있어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가출 청소년의 특징은 낮은 자존감, 자신감 및 불안감과 불신감, 침착성 결여,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가출 청소년들이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연구원에서 심리치료를 받았던 청소년의 사례에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A양은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전혀 없는 가정에서 생활했지만 자신이 느끼기에 공부 잘하는 동생과 비교되는 것도 싫었고 어른들의 간섭 없이 사는 결손가정의 친구인 C양이 부러웠다. 이런 단순한 이유로 집을 나가 밖에서 만난 친구들과 특별한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PC방에서 ‘집 나온 애들은 다 모여라’라는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났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원조교제나 매춘 대상을 찾는 사이트를 찾아들어가 아무런 죄의식이나 수치심 없이 성매매를 하며 살았다. 그 가운데는 초교를 갓 졸업한 여중 1년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했다.
그들은 가정으로 돌아가도 학우와 선생님, 심지어 가족에게서까지 경멸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결국 학교와 가정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또다시 비슷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가출을 반복하게 된다. 일종의 병리현상인 것이다.
결국 위의 사례에서 보듯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가정에서 예방하고 치유하는 게 가장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이 원장은 “부모는 자녀를 바로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며 “전문가를 찾아가 심리검사 및 종합적성검사를 받게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자녀의 정서 특성에 맞는 대화법으로 대화를 유도하고 자녀의 적성에 맞춰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하나님이 만드신 귀한 존재임을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교회의 보살핌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원장은 “가출 청소년 치유를 위해 심층 분석 상담과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가출 청소년들이 처한 환경적 문제(의식주 질병 경제문제)에 주력해 환경적 압력에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출 청소년이 유해 환경에 빠져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지역마다 보호기관이 마련돼야 하며 무엇보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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