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무관심해보이는 남편
관리자
201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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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살아야 한다'는 내제된 본능이 존재한다. '자기보호본능' 혹은 '자기방어본능'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정신적으로 스스로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발휘되어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나타난다. 부부간의 무관심을 치유하고 분석하기 위한 처방은 무엇인가.
관심과 사랑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들 하지만, 그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신경쓰며 배려하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다. 특히 자기애와 자기보호본능으로 가득한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결혼이란 부부가 서로 간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 주는 과정이다.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은 중요하나 지나친 자기애는 이기심 또는 무관심이라는 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요소들은 많다. 그러나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유형 중에 가장 잔인한 방법이 이기심과 무관심일 수 있다. 칼로 낸 상처보다 말의 상처가 더 아프고 말로 낸 상처보다 무관심으로 입은 상처의 흔적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사례-집에서만 무뚝뚝한 남편
거룩하고 자상해 보이는 남편L씨가 그랬다. 남을 위해서라면 자신뿐 아니라 가족을 외면하고 희생하는 그의 모습은 겉으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의 아내 K씨는 죽지 못해 하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의 갈등의 파편이 며느리인 아내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와도 남편은 귀찮아 하며 못들은 체한다.
아내 K씨는 신혼 초부터 끊이지 않던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중재해 보았지만 감당하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그럴 때마다 당연히 남편을 의지하며 도움을 구해 보지만 남편은 외면을 넘어 아예 관심조차 가져 주지 않았다. 시어른들간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갔고 그럴수록 아내의 심리상태 역시 불안과 초조함이 가중되었다.
남편에겐 둘째 아이를 낳고 관절류머티즘으로 물컵조차 들 수 없는 아내를 위한 배려한 없다. 밤새 우는 아기를 달래 주길 부탁해도 '지치면 자겠지'라며 외면한다.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아내는 그저 죽고 싶은 강한 충동에 이르게 된다.
남편L씨는 가정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칭찬이 자자하다. 가령 직장에서는 상사나 동료, 후배의 부탁에 거절이란 없다. 솔선수범을 넘어 지나치리 만큼 도움과 헌신을 쏟아붓는다. 교회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모범적인 사람이다. 신앙인으로서의 모습 역시 다른이들의 귀감을 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매사 모든 일에 열심을 다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과 칭찬을 한 몸에 받는 남편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는 아내의 마음은 섭섭함이 미움과 원망으로 바뀌면서 너무 힘에 겨워 가출도 생각해 보고 죽음도 결심해 보았지만 결국 아이들 때문에 새로운 삶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혼을 결심한다.
모든 문제에 있어서 갈등의 결과는 갈등 해결방법에 의해 좌우된다. 부부갈등과 싸움이 자녀에게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에 대해서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모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가족 간의 갈등과 문제 역시 적절히 다루지 못한다면 파급되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부부뿐만 아니라 가족갈등은 당사자에게도 상처를 주고 받지만 발달과정에 있는 자녀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갈등을 경험하면서 자녀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껴 무방비 상태로 부모의 삶에 정서적, 환경적으로 흡수되게 된다. 더 이상 자녀는 자신의 살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지 못하게 되며 이것은 청소년기 비행 또는 은둔형외톨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성인기 결혼을 통하여 가정을 형성해서도 자신이 양육된 방식대로 자녀를 양육하게 되고 결국 자녀의 인생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갈등-무의식적인 자기 보호본능의 노출
위 사례의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에게 대항하며 매일 심하게 싸우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성장했다. 그 싸움의 불씨가 본인에게 튈까 노심초사하며 피하고 싶은 두려운 생각에 귀를 솜으로 막고 다녔다.
결혼 전에도 본인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일을 외면하지 않으면 심한 중압감에 시달리는 두려움증후군에 시달려 왔다. 그 이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버릇이 생기게 됐다.
인간의 무의식적인 본능 아니, 인간 행위와 생물학적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기보호본능' 혹은 '자기방어본능' 이다. 살아야 한다는 내재된 당연한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즉 배고프면 먹고, 아프면 피하는 것처럼 외부적,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본능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인 고통이나 배고픔을 견디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정신적, 인격적 수양 혹은 논리적으로 잘 단련이 된 사람들은 이러한 본능을 조절할 줄 안다. 그러나 유아기에 잦은 싸움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 또는 가족의 갈등을 갈등으로 인식하기보다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심한 공포감을 유발하며 불안을 유도하여 위축되거나 공격적이게 되기도 한다. L씨의 경우 스스로 살아야 한다는, 이겨 내야 한다는 강한 자기보호(방어)본능의 지배 속에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무관심과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강한 욕구와 이기심으로 또 다른 돌파구를 만들어 가게 된다.
반면2남 3녀 중 유독 부모의 나쁜 점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이유로 부모와 형제에게 따돌림 당했던 아내 K씨. 그녀에겐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다. 착하고 순한 성품의 아내는 부모님의 말에 무조건 순종하는 딸이었다. 형제들의 잘못을 대신해서 억울한 체벌을 받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런 아내를 형제들은 놀리며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방패막이로 이용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화풀이 대상이요, 형제들의 놀림 속에 성장한 아내에게 결혼 후 시할머니와 시어머님의 잦은 불란은 어린 시절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갈등의 분위기 자체가 견디기 힘든 아픔이였다. 게다가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며 아예 외면해 버리는 남편의 모습 속에 어린시절 본인을 놀리며 이용하던 형제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적개심으로 결국 육신의 큰 병까지 얻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자아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의식구조의 자아, 무의식 자아의 성향이 어떻게 나를 이끌어 가는지 알게 되며, 무의식 속에 내재된 상처를 발견할 수 있다.
내면에 형성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판단을 결정하는 속사람의 성향을 분석하여 어린 시절의 상처를 뽑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방- 숨겨진 과거 상처부터 치료해야
사람의 심리상태를 점검하는 방법 가운데 측정 대상자가 일정한 시간의 연설이나 대화 또는 일정한 길이의 문장에서 '나'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쓰는가를 조사하는 것이 있다. 물론 '나'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사람일수록 심리상태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미국의 한 언어학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히틀러는 '나'라는 단어를 53단어에 한 번씩 썼고 무솔리니는 83단어에 한 번씩 썼다고 한다. 누가복음 12장을 보면 어리석은 부자는 그에 대한 기사6줄 중에서 '나'라는 말을 6번이나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반면 예수님은 공생애나 기도 중에나 성경 어디에도 자기중심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예수님은 철저하게 자기를 비우고 이웃을 위하여 사신 분이다. 나 대신 우리에 대한 관심, 가족과 부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을 힘들게 하고 대화가 전혀 안되는 배우자의 성품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배우자의 역기능적 행동을 대부분 수용하지 못하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다면 마음의 경계를 쉽게 풀 수 있으며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자아분석프로그램을 통해 의식구조가 자아와 무의식 자아의 성향이 나를 어떻게 이끌어 가며 대인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상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또 생각과 판단을 결정하는 속사람의 성향을 분석하면 왜 내가 이렇게 살아왔는지 분명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아내K씨 또한 어린 시절 채워지지 않았던 사랑과 관심을 배우자에게서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강한 욕구가 자신을 더 힘들게 했다. 내면에 형성된 아픔의 상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첫째, 갈등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내면에 감춰져 억압된 고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처와 생활 속의 분노를 해결해야 한다. 마음이 시원해질 때까지 소리를 지르거나 큰 소리로 찬양하거나 시편 109편을 인용해 어린 시절의 상처를 뽑아내는 토설이 필요하다.
완전한 토설이 이루어졌을 때에만 용서를 적용시킬 수 있으며 빠져나간 원망과 분노의 빈자리를 말씀과 기도로 채워 나간다면 주님의 평강이 내 마음의 주인이 되셔서 온유와 겸손과 사랑의 삶을 살 수 있다. 부부가 서로 온전치 못한 마음밭에 숨겨진 아픔과 성향을 발견해 분석하고 치유해야 한다. 부부보다 더 훌룡한 치유자는 없기 때문이다.
(사)한국가정치유상담연구원장 최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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