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소비심리의 발달로 인해 현대인들은 각종 스트레스와 심리적 질병에 노출되고 있다. 쇼핑은 어느새 우리 가정과 사회의 절대적 양식이 되었고 현대인의 공허한 마음을 중독이란 이름으로 노략질하고 있다. 쇼핑중독과 그 처방에 대해 알아본다.

현대 사회애 대두되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소비문화이다.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인한 레저문화의 확대와 더불어 명품을 비롯한 소배욕구를 채우기 위한 다채로운 볼거리와 먹을거리 등이 소비자층을 현혹하는 일은 파상적이다.

공중파방송과 홈쇼핑방송, 케이블TV,인터넷 매체를 통하면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쇼핑의 천국임을 말해 주고 있다. 어느새 쇼핑은 우리 가정과 사회의 절대적 생활양식이 되어 버렸다.

자신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대로 물건을 사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과 즐거움은 삶의 활력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어기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작은 관심이 병적 증상으로 발전되는 예로 우리가 깊이있게 생각해 보아야 할 생활을 파괴하는 현시대의 큰  문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쇼핑중독이란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대책없이 사들인 뒤 자신이 무엇을 구매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쇼핑을 못하면 불안, 두통, 우울증, 소화불량 등의 심리적, 육체적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를 사회적 의미로 해석해 볼 때 인간은 쇼핑중독으로 인해 가장 큰 허탈한 심신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루라도 물건을 사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주문한 물건을 기다리는 것이 사는 낙' 이라고 말하며 홈쇼핑과 더불어 인터넷 쇼핑을 통해 물건을 사지 않으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부가 늘고 있다. 사회 발전에 준한 다양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질병에 노출되면서 중독의 종류는 다양해졌지만 다른 중독과 달리 쇼핑중독은 심리적 억압과 삶의 파괴로 가정경제를 무너뜨리게 된다.

쇼핑중독은 단순히 쇼핑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어려운 환경과  현실로부터 도피하여 환상적인 이미지를 가지려고 한다는 것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특히 쇼핑중독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구매욕구' 때문인데, 이 욕구는 내적인 요인으로부터 발생하는 심리적 긴장에 의해서 기인한다.

쇼핑중독은 심리적 빈틈을 제3의 방법으로 메우려는 반항적 투사로 가족을 모두 병들게 한다.


사례-심리적 공항으로 인한 쇼핑중독

결혼한 지 10년 된 아내 P씨는 신혼 초부터 매일 부부싸움을 했다. 아내는 퇴근시간이 되면 불안과 초조함으로 골목 어귀에서 한두 시간씩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의 귀가가 계속 늦어지자 아내는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고 의심했고 수시로 전화해 남편의 위치와 동행인을 추궁했다. 자꾸 늦어지는 남편을 향한 의심이 깊어질수록 평소 남편과 친분이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화를 하며 남편의 행방과 외도의 작은 증거를 찾기 위한 추궁을 넘어 협박과 애원 그리고 신세 한탄으로 이어지는 아내의 행동에 가족을 비롯한 주위 모든 인간관계가 황페해지기 시작했다. 아내의 증상이 병적으로까지 발전되는 듯한 모습을 보자 남편은 더 숨 막혀 했으며 더욱 늦게 귀가하고 쉬는 날까지 집을 벗어나 외출했다.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 주며, 자신의 편이 되어 주리라 절대적으로 믿었던 남편에게 돌아오는 무관심과 냉담함에 배신감을 느낀 아내는 공허감을 쇼핑으로 메우려 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주문만 하면 신속히 도착하는 물건들을 보며 위한을 삼기 시작한다. 때론 기다리는 시간 속에 무엇인지 모를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 날은 배신감과 또 우울감, 그리고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을 때마다 쇼핑을 했고 어느 순간 물건을 사지 않으면 불안해 견딜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평소 집착에 가까운 아내의 행동과 이미 가족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남편은 아내에게 불만 그 이상의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쇼핑한 물건이 작은 방을 가득 채우고 나서야 아내의 쇼핑중독을 알게 된 남편은 경제적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제기했다.

쇼핑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와 여건은 다양하나 쇼핑중독은 주로 가정불화, 낮은 자존감, 유혹, 호기심, 문화적 영향, 도덕적. 영적 가치부재,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 불안감에서 시작될 때가 많다. P씨는 남편과 함께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심리적 불안 증세를 안고 살아왔다. 기도하고 성경을 읽어도 채워지지 않는 심리적 공황은 어린 시절 부터 외롭게 자란 마음의 상처에서 기인된 것이었다. 보살핌에 대한 갈망, 보호받고 싶은 갈망, 인정받고 싶은 욕구...

홀어머니 밑에 많은 형제 속에서 막내로 자랐던 아내 P씨는 나이 차이가 많았던 형제, 자매와 어울리기 쉽지 않았다. 더욱이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와 함께 있는 일이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늘 홀로 지내던 P씨는 어린 마음에도 부모와 함께 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외로움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자연히 말수도 적어지고 소극적인 성품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학교에서조차 발표를 한다거나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들이었다.
사춘기 시절 역시 마음을 나눌 친구 하나 없는 무관심 속에 지내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으로 나의 편이 되어 주고 모든 것을 받아 주며 이해해 주는 남편을 통해 그 동안의 외로움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은 점점 병적인 집착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남편  역시 검소하고  얌전한 아내의 모습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믿어 주리라 생각했던 아내의 의심과 불신은 남편을 절벽 끝으로 몰고 가는 듯한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안겨 주게 되었으며,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아내의 극심한 집착이 남편을 더욱 숨 막히게 했다. 이에 남편을 통해 채워지지 않는 심리적 갈등이 쇼핑중독으로 발전된 것이다.


처방- 조울중과 긴장의 근원부터 없애야

모든 병이 그렇듯 쇼핑중독도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쇼핑중독의 초기증상은 다음과 같다.

지불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계속 구입한다.
구매 충동 때문에 밤잠을 못 잔다.
충동구매를 한다.
대체적으로 혼자 쇼핑을 즐긴다.
일상생활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 등을 구입하거나 구입 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우울하거나 화가 날 때 등의 감정변화에 따라 구매를 한다.
정서적 고통이 가중될 때마다 물건을 구매한다.

이를 치유하기 위한 지침은 아래와 같다.

첫째, 자신이 쇼핑중독자인 것을 인정할 것.
둘째,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일 것.
셋째, 중독증상이 유발되는 특정 장소를 피할 것.
넷째, 외롭다는 심리적 감정의 홍수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할것.
다섯째, 답답할 때 심호흡(10회)이나 소리 지르기를 시도할 것.

내부의 뿌리 깊은 허무감과 갈등 등을 쇼핑이라는 외부적 자극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쇼핑중독은 특히 우울증이 있는 경우 쉽게 빠지게 된다. 우선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원인이 우울증이라면 적절한 약물 및 내적 심리 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쇼핑중독은 정서적 고통을 구매충동 실현으로 대처하려는 심리적 장애이기도 하다. 즉 내 것이 아닌 다른 무엇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이기적 발상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보다 확실한 치유를 위해선 '강박 충동적 성향'을 통제해야 하고 우울증과 긴장의 근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P씨의 경우 남편과 함께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결혼 전의 특별한 이유 즉, 상처가 무엇인지를 찾아서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터넷과 많은 매체들을 통한 쇼핑중독에 대한 자가진단보다는 전문기관을 찾아 전문가의 진단및 심층분석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나의 경제관을 정립, 한 달 또는 한 주 가계의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은 어떨까? 구입 물건에 대한 목록작성과 일정 기간을 놓고 신중히 생각해 보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독은 우리 생활 곳곳에 먹이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거미줄과 같이 펼쳐져 있다.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여간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사람마다 다 경우가 다르지만 마음속에 숨겨진 자신의 행동과 동기를 찾아보고 미리 점검하며 계획하여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쇼핑중독의 확실한 치유를 위해서는 '강박 충동적 성향'을 통제하고 우울증과 긴장의 근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경제관 정립을 위해 한 달 또는 한 주의 가계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은 어떨까.


(사)한국가정치유상담연구원장 최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