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검사까지 활용 심층 가정상담”…인천에 ‘SOS한국가족상담소’개소

 국민일보| 기사입력 2004-03-03 

지난 20년동안 방을 따로 쓰며 살아온 박무웅(가명·52) 최서영(가명·48)씨 부부는 그야말로 무덤같은 가정생활을 해왔다. 박씨는 이웃에게 예의 바르고 적절하게 선행도 베풀 줄 아는 사람이었지만 집에 오면 낮과 밤처럼 달라졌다. 아내와 5분 이상 대화를 하지 못하고 끝내 싸움으로 이야기를 끝낸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자동차의 먼지를 털어내는 깔끔한 성격인 그는 정리정돈이 돼 있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냈고 아내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무시하는 눈빛을 보이면 밤새 훈계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남편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내를 협박하기 위해 자살소동까지 벌이고 아내는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으로 일관하면서 20년의 세월을 살았다. 이 부부는 오랫동안 갈등하면서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줬다. 20년전에 이혼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부부는 지난해 아들을 결혼시킨 후 미뤄온 이혼을 결심,지난해 12월 협의 이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교회 전도사의 간곡한 요청으로 부부 행복 세미나에 참석했다. 꽁꽁 얼어 붙어 도저히 용서되지 않던 마음에 봄햇살같이 따사로운 예수님의 사랑이 찾아왔다. 아내 최씨는 그동안 남편 탓으로만 돌리며 내던지고 싶었던 삶에 깊은 회개를 했고 자신에게도 많은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남편 박씨도 자신을 평생동안 괴롭혀온 강박관념을 떨쳐버릴 수 있었고 서로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불신하며 살았던 날들을 후회했다.

급기야 20년동안의 빈 자리를 사랑으로 바꾸겠다는 남편의 다짐에 아내는 20년의 서러움을 눈물로 씻어냈고 이들은 세미나 마지막날 주머니에 넣어뒀던 이혼서류를 찢어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결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 처한 가정을 회복시키는 일을 감당하겠다는 결심까지 했다.

위의 사례는 한국가정치유상담연구원이 개최한 부부 행복 세미나에 참석한 후 새로운 가정의 이정표를 찾게 된 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한국가정치유상담연구원은 2002년 2월부터 인천지방법원에 이혼 소송을 신청한 부부들을 개별 접촉,매월 10∼15건을 상담하고 있으며 이중 매월 3∼5쌍의 부부를 회복시키고 있다.

최귀석 원장은 “이혼부부의 80%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자존심 때문에 이혼 법정까지 가는 부부들의 사례를 주위에서 많이 봐왔다”며 “부부상담 및 부부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들의 관계 회복 속도가 눈에 띌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가정치유상담연구원은 늘어나는 이혼과 가정폭력에 따른 가정파괴를 막고 결손가정 회복,재혼가정 상담을 위해 지난 3일 인천지방법원 정문 앞에 연구원 분원으로 ‘SOS한국가족상담소’를 개원했다. 이혼을 청구한 부부들이 심층상담을 받아 갈등과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상담진은 최원장, 임성옥 부원장, 안귀옥 변호사,박승숙 인천시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전문상담원과 가정법률 전문변호사 3명,변리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경제파산으로 인한 가정붕괴를 심층 분석 상담으로 돕고 있으며 부부 갈등과 자녀 탈선 상담,중년의 위기상담,노년기 상담,재혼가정 상담 등 다양한 가정상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인성검사 MBTI 검사 TA교류분석 인간관계 훈련 등 실제적이고 분석적인 검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문제에서 가족·법률문제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는 가정붕괴 위기에 처한 경제 파산자에게도 심층 분석 상담을 통해 도움을 줄 계획이다.

이밖에 이혼 소송을 제기한 부부의 심층 상담을 비롯해 가정·부부·법률 세미나,가정행복 월간지 ‘가정행복 닷컴’ 무료 배부,행복한 가정 만들기 캠페인 스티커 배포 등을 통해 가정회복 운동에 앞장설 계획이다.

또 전문가정상담사를 양성,자체 연구원과 연구소를 비롯해 전국지부 상담연구소에 파견하고 가정목회를 원하는 목회자들에게는 가정 설교문 작성과 가정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032-441-0176).

이지현기자 jjeehl@kmib.co.kr